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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역사&디자인

24-1 건축사 시험 합격 수기

by 꿈꾸는 건축가 202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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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회차 건축사자격 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이 오늘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게시되었다. 지난 3월 9일에 시험에 응시 후 4월26일에 합격예정자 발표일을 거쳐서 드디어 서류심사 후 최종합격자 명단이 나온 것이다. 건축사 자격시험은 기본적으로 3개과목을 통과해야 최종합격이 되는 시험이지만 본인의 경우에는 외국건축사 자격 소지자 전형으로 응시하여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고생을 적게 하고 합격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가고시 준비를 하며 특별한 재능없이 오로지 노력파인 나에게는 나름 역경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최종발표가나면 훗날 고난을 이겨내고 목표를 쟁취 했었던 그동안의 노력과 공부했던 발자취를 잊지않고자 한번 정리해보려고 했었다. 건축사시험을 준비하며 내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됬으면 하는 바램도 담아 지난 2년여 동안의 기록을 정리해보았다.

1차 공부 (2022년 1월 ~ 2022년 11월)

본래 대형 건축사사무소에 근무하면서 건축사 자격시험 준비를 처음 시작하였다. 시험응시 자격은 2023년 초부터 득할 수 있었지만 응시자격이 생기고 바로 시험을 보길 게획했었기에 1년미리 공부를 시작하였다. 이 당시에는 H학원 정규반, 실전반 온라인강의를 풀코스로 신청하였고,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할 예정이었기에 시험과목들과 익숙해지는 것 정도를 목표로 삼고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강의를 결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프로젝트가 치고 들어와서 거의 2022년에서 10개월 가량을 야근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수강 신청했던 강좌는 거의 10% 미만의 진도율로 유효기간 만료가 되었고, 공부는 거의 손도 못 댔다라고 보면 된 것같다. 1과목 과제를 하면 제도판에 답안 작성 용지를 붙여놓고 2~3시간 분량의 과제를 보통 2주동안 그대로 붙여놓고 하루에 몇 분씩 찔끔찔끔 손댔던 게 전부였다.

여기까지는 공부를 시작하며 일과 시험공부의 병행의 길에서 나름 예측했던 일이었다. 역시 회사를 관두고 공부하나에만 집중해야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처음 드는 시점이었다. 주변의 선배들을 보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은 보통 1년정도 일을 쉬고 공부하는 얘기를 어께 넘어로 들어왔긴 했었다. 또한 나이 들고 하자니 도면을 그릴 때 눈이 침침해져서 작도가 힘들어 돋보기를 들어가야한다는 말도 들으니 한살이라도 젊을 때 자격증을 취득하는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2022년 늦여름, 두번째 사건이 찾아왔다. 와이프의 둘째 임신이었다. 우리모두 당연히 아이는 두명 이상을 갖는 것을 생각해왔고 막연하게나마 언젠가는 갖게 되겠지 라고 생각해왔지만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소식에 너무 반가우면서도 “앞으로 괜찮으려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었다. 남자로서 와이프에 비해 크게 신체적으로 힘든 것이 없었기에 이를 간과하고 있었지만 와이프가 임신 초기부터 둘째 아이의 경우 첫째와 다르게 입덧으로 고생을 많이 였다. 그래서 베이비 시터도 알아보고 계획보다 일찍 첫째의 어린이집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린이집 자체는 부모의 심적 건강이나 아이의 사회성 발달 측면을 볼 때 이정도 시기에 입학 시키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로써 건축사시험 공부의 난이도가 약간 더 상승하는 시점이 발생하였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맞겨 놓는다고는 하나 오전~오후 등원 하원 시간을 제외하면 야근맨 직장인인 본인과 입덧 임신중인 와이프가 마주해야해야 할 인생의 난이도는 꽤나 험난했다. 매일 입덧에 시달리며 무거운 몸으로 하루 종일 첫째 아이를 돌보는 매일이 심적 한계인 와이프에게 퇴근시간 5시30분이 되면 오늘은 언제 끝나는지 연락을 받았다. 당시 직장인인 내가 회사에서 보던 퇴근&야근 눈치가 있었는데, 눈치고 나발이고 매일 상사에게 가서 말하고 팀에서 나만 일찍 빠져나오는 일상을 시작했다. 회사 분위기상 일이 없어도 “우리는 하나다” 라는 마인드가 강했기 때문에 무의미한 야근이 많기 했지만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도 또한 스트레스요소이긴 했다. 나중에 가서는 “오늘도” “일찍 퇴근해 봐야한다”는 말을 하기 싫어서 퇴근시간이되면 동료&상사에게 그냥 인사도 안하고 튀어나왔었다.

이러한 생활을 또 몇 개월을 겪고 나니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시기임을 느끼게 되었다. 직장에서는 나름 불량한 태도로 업무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담당했던 업무에서 성과를 내어 팀원들&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던 시점이었지만 가족의 안위와 자신의 미래계획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2022년 11월 건축설계회사를 퇴사하고 시험공부에만 집중하기로 하였다.

2차공부 (2022년 12월 ~2023년 2월)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 크게 실패를 겪은 경험이 없었다. 전공 분야에서 나름 열심히 노력하였고 학부때는 성적장학금을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또한 건축학으로 세계 최고 명문 런던대 바틀렛 스쿨 대학원 입시도 한번에 통과, 유학준비생들이 애먹는 다던 아이엘츠 어학시험도 통과, 대학원 졸업논문 & 졸업 작품 디스팅션 및 수상, 런던 현지 취업 성공, 국내 귀국 후 경력직으로 글로벌 사업부분 취업 등 이 분야에서는 나름 막힘없이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었다. 자격증 준비도 또한 대학교 때 기사자격증을 두가지 취득하고 졸업했었기에 건축 관련 공부에 대해서는 나름 자만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회사 퇴사 후 그동안 야근으로 못 풀었었던 학원 문제들을 한번~두번 정도 풀어보고 기출문제를 20회분 정도 또다시 1~2회 풀면 23년1회차 건축사 자격시험일과 거의 시간이 일치했었다. 애초에 정답이 없는 시험이고 “그림”을 제출하는 것이니 좀 열심히 그린 완성된 도면을 제출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본인은 2과목 공부만 하면 되니 오전 9시에 첫째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점심 시간까지 3교시 단면도 (건축사시험에서 에너지 소모가 가장 큰 과제)를 작성하였다. 도면 작도 후에 오답체크하고, 파일철 하고, 부엌으로 나오면 와이프도 한숨(오전잠) 자고 일어나서 함께 집에서 점심을 먹거나 외식을 하고는 했다. 식사 후에는 3교시 구조 설계 과목을 작도하고 첫째 아이 하원을 시켰다. 이후에는 밤시간까지 주 육아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이와 놀아주고 저녁 먹고, 씻기고, 집안일 이것 저것 하며 아이를 재우고 나면 9~10시 정도였는데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밤시간에 하루 일과 후 제도판 앞에 앉아 있게 되면 그야말로 현타가 상당히 강하게 오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아직 3시간짜리 2교시 공부를 해야하니 어떻게든 힘을 내어 2교시공부를 하고 하루를 마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2교시는 평면 계획 시험인데 “어떻게 하면 더 잘된 디자인 계획일까”하는 생각을 끊임 없이 하게 되고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한 문제를 잡고 풀릴 때까지 5~6시간을 앓았던 것 같다 (그래도 안 풀리는 문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풀리더라..). 그렇게 되면 이날은 또 기분이 안좋아서 와이프에게 하소연하고 시험에 대해 불만을 뿜어내는 일상을 보냈다. 주말에는 H학원 현강을 다녀왔고 주중에는 위와 같은 루틴으로 2~3달을 보냈던 것같다.

23년1회차, 나름 첫번째 건축사 시험일이 마침내 다가왔다. “그래도 이제 제한시간내에 뭐라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한방에 다 합격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시험장 (신림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이날 시험 컨디션을 위해 와이프가 시험보기 몇일 전부터 (이 당시 첫째가 항상 새벽에 깨서 울었다) 새벽에 책임지고 첫째 아이를 커버 해줬었다. 아무튼 이 덕분에 꿀잠을 잔 컨디션으로 2교시 3교시 전부다 완도를 하고 시험을 마쳤다. 2교시 계획이 맞고 틀리고 떠나서 제시된 설계조건들 다 맞춰서 완도했으니 솔직히 될 줄 알았다. 하지만 3교시는 건물 모양을 꽤 크게 틀린게 있어서 안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완도했으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시험발표일 까지 50여일을 걱정과 고통 속에서 기다렸다.

시험이 끝나고 나니 이제 와이프의 둘째 출산이 임박한 때였다. 우리는 그동안 수험 생활로 즐기지 못했던 데이트를 매일같이 오기로 나다녔다. 이게 둘째 출산 전 우리의 마지막 평화로웠던 시절인 것 같다. 이렇게 2주를 보내고 나니 슬슬 아기가 안 나오는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애가 너무 커지면 자연 분만이 힘들어지는데, 운동을 더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날씨좋은 날 우리집(광진구)에서 구리한강공원까지 20km를 왕복하고 집에 돌아왔다. 이후에 저녁에도 와이프는 아파트 계단 타기와, 옷장 정리 등 자극이 되는 운동을 더 하였다고 한다. 이에 반응했는지 둘째 (쑥쑥이)가 슬슬 진통을 줘서 산부인과로 새벽에 향하게 되었고 앞으로 아이 둘과 함께하는 수험생활이 시작될 것을 모른 채 새로운 가족을 만날 기대감으로 행복해하였다.

둘째 출산 후 집에서 육아를 하며 시험결과 발표일을 애타게 기다리며 보냈다. 아이 두명은 두배가 아니라 제곱으로 힘들다고 하는데 시험결과에 대한 걱정을 잊을 정도로 빡세게 전투 육아를 하며 지냈던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과 발표일. 합격자 명단이 새벽0시에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뜬다고 하였다. 와이프와 같이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걱정과 기대감에 내용은 보지 않은 채로 12시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12시가되어 명단을 확인했지만 아쉽게도 내 수험번호를 찾을 수는 없었다. 3교시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2교시도 불합격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과목별 점수를 확인해보니 합격권이라고 생각했던 2교시 점수는 44.5점, 망했다고 생각한 3교시는 55점이었다. 도대체 채점기준이 뭔지에 불만을 토로하며 시험과 점수 기준에 대한 불만으로 와이프에게 몇시간을 하소연 했던 것 같다. 크게 실패를 겪어보지 않았던 내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과였지만 와이프는 어려운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시험기간이 턱없이 짧았기에 다시 시작해볼 것을 권유했다.

3차 공부 (2023년 5월 ~ 2023~8월)

2023년2회 건축사 시험은 9월 초 정도였다. 1차 시험 후 합격자 발표일 까지 두 달간을 쉬었기 때문에 나름 리프레쉬 기간이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힘 내보기로 결심하고 5월달에 D학원 온라인강의를 신청하여 공부를 시작하였다. 나름 다 숙지했다고 생각했던 내용들도 두번보고 세번보고 네번째로 또 반복하여 돌려보니 놓친 내용들이 계속하여 나오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3교시의 공부량이 워낙 압도적으로 많아서 두과목합격하면 당연히 좋지만 만약 한 과목만 합격하게 된다면 그것이 3교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꽤나 많이 했던 것 같다. 시험의 채점기준에 대하여 항상 생각해보며 공부를 했던 것 같은데 3교시의 경우 지난 시험에서 놓쳤던 부분만큼은 다음에는 실수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했던 게 큰 것 같다. 수십장의 단면도를 작도하며 매번 빼먹거나 실수하는 내용들은 따로 빼서 적어두고, 상세도면 작성내용도 항상 숙지하여 눈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공부방 전체에 붙여놓았다.

공부의 루틴 자체는 지난 회차 때와 비슷했던 것 같다. 첫째 아이 어린이집 등원 후 3교시 단면 공부, 점심식사 후 3교시 구조 공부, 첫째 하원 후 육아 후 2교시 공부 후 하루 마무리. 어떻게 보면 전략도 전략이지만 절대적인 공부량이 부족했던 걸로 보여지기도 한다. 대략4개월 정도 무더운 여름 수험생활을 마치고 2회차 시험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2교시는 조금 낯선 유형이 나오긴 했지만 나름 잘 작성했었다. 하지만 또 3교시에서 법규를 틀리는 내 생각에는 꽤 크리티컬한 실수를 했단 걸 알게 되었다. 이에 멘탈이 한동안 또 나가있게 되었고 학원 강사님들에게 3교시 복기 도면을 보여줘도 “결과는 기다려봐야 안다”라는 답변만 받았기에 또 다시 합격자 발표일까지 2달을 불안과 걱정의 시간으로 보내게 되었다.

이쯤되니 시험 준비 기간보다 시험 결과발표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와이프와 함께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었다. “만약 합격하면 외국여행가자” 라는 말들이 떠돌게 되었고, “합격만 시켜주면 뭐든지 하겠다”라는 생각이 항상 들게 되었다. 결국 또 발표일이 임박했다. 원래 시험 합격자 발표전날에는 명단 찌라시가 돈다고 하는데 하필 이번부터는 그게 또 없어졌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표 당일 오전9시에 와이프와 함께 결과를 확인해보았다. 결과는 걱정했던 3교시만 74.5점 고득점 합격. 자신했던 2교시는 55점으로 또 불합격 이었다. 3교시점수를 조금만 2교시로 떼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합격만 하면 되는데 쓸데없이 고득점을 해버렸네 라는 생각도 들고 와이프는 한 과목 합격에 대해 축하 해주었지만 나는 내심 기쁨 반 아쉬움 반이었다. 그래도 공부량이 많았던 3교시를 털어낸 것에 대하여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시험준비를 할 마음가짐을 다지기로 하였다.

4차공부 (2023년 11월 ~ 2024년 2월)

직전 회차 건축사시험 발표가 11월에 났기에 또다시 두 달의 공백이 생겼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에만 전념한 지 1년이 되가는 시점이었다. 이제 슬슬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때문에 학부영들과 마주할 일이 생각보다 많이 생겼다. 그럴 때마다 신변에 대하여 언급되거나 그러한 자리 자체가 많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시험도 결과가 안나왔고 커리어도 망가지는게 아닌가 싶어서 재취업 후 공부 병행이라는 카드를 와이프에게 제시했지만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일과 공부는 병행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나도 경험해서 알고있었지만 하루 종일 걱정하며 공부하는 것과, 그래도 직장인 신분을 가지며 안정빵으로 공부를 하는 것. 둘 다 나름의 리스크는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걱정의 시간이 덜 고통스러운 방식을 택하기로 하였다.

실제적으로 일하면서 공부를 하려면 워라벨있는 직장이 필수였다. 이전 직장에서 실패한 이유가 여기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워라벨만 보장된다면 이미 해왔기에 익숙한 공부이고, 2교시 한 과목 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축 분야에 워라벨 있게 편하게 직장생활하는 곳이 어디있을까 생각을 했다. 요즘은 공무원들도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는데.. 이러한 고민을 품은 채 매일 같이 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건설 감리 회사를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건축 설계 분야는 아니지만 나름 관련 분야이고 역사와 네임벨류도 있는 회사에서 면접 기회를 얻게되어 면접 후 입사하게 되었다.

정시 퇴근이 보장된다고 해서 퇴근 후 육아를 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초반에는 회사 생활에 적응을 해야하고, 업무도 나름 바쁘게 돌아갔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치르고 밤10시에 책상에 처음 앉으니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를 믿고 있는 가족들을 실망 시키지 않기 위해 하루에 30분씩이라도 공부를 놓지 않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러한 생활도 적응이 되고 나니 조금은 할만 해진 것같았다. 퇴근 후, 주말에는 와이프의 배려로 아이들을 보고있을 때 최대한 시간을 만들어 공부에 투자했었다. 본인도 와이프도 정말 쉴 틈 없는 일상을 보냈던 것 같고 회사에 출근하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피곤해 보인다”고 말했던 것 같다.

이렇게 직장과 공부의 병행 일정을 강행하며 또다시 24년1회차 시험일이 다가왔다. 3번째 시험이다보니 긴장은 덜되었지만 “이번에도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더 심했던 것 같다. 3시간이 주어지는 2교시 시험에서 보통 정석적인 시간 분배는 계획1시간반 작도1시간반이 일반적이다. 본인의 경우 작도를 보통 1시간10분정도로 끝낼 만큼 손이 좀 빨랐지만 왠지 이 점 때문에 도면 퀄리티가 떨어져서 점수가 안 나오나 걱정에 이번시험에는 계획을 1시간 반 내로 일찍 끝내고 작도 시간을 1시간반으로 늘려서 도면 퀄리티를 높이겠다 라는 전략을 세웠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평면 계획이 아무리 노력해도 완성이 안되는 것이었다. “이건 말이 안되는데”. “이런 문제는 본적이 없는데”, “문제가 잘못된 건가” 2시간이 넘어도 죽어도 풀리지 않는 계획에 와이프와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며 “정말 큰일 났다 이건” 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아, 나는 또 안되는 건가” “더 이상 계획에 시간을 허비하면 작도할 시간이 안 남는데” 빠르게 돌아가려는 머리 속 사고를 따라가 듯 입에선 욕을 하며 현재까지 계획한 내용을 최대한 깔끔하게, 보기 좋게, 좀 틀리더라도 포장해서, 채점관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작도를 하였다. 시험지를 제출하며 준비하였던 걸 다 못 보여준 생각에 허탈하게 학교 앞에서 카카오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쌓여있는 공부자료

패전지장처럼 집에 돌아오니 와이프는 내가 좋아하는 감바스를 요리해 놓고 고생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왜 안되지”라는 마음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만 들 뿐 또 다시 걱정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밤에 잠들기 전 더 이상 못 하겠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와이프에게 하니 와이프도 힘들면 그만하라고 하고, 이 말을 들으니 또 서운해지기도 하고 멘탈이 또 박살나버린 시점이었다. 또 다시 2교시 복기 도면을 학원 강사님들에게 보여주고, 카페에도 올려서 수험생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시험 발표일 까지 2달의 시간을 걱정 속에서 보낸 것 같다. 이 시간 동안은 정말 일도 안 잡히고 일상생활도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옆에서 버텨주던 와이프에게도 온갖 짜증은 다 퍼부어서 다투기도 많이 했다.​

오히려 합격예정자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무던해졌던 것 같다. 오전9시에 합격자를 조회할 수 있었기에 나는 회사에서 와이프는 집에서 각각 조회 해보기로 하며 내 수험번호를 알려주었다. 마침내 오전9시가 되었고 나는 망설임없이 명단을 열어 내 수험번호를 찾았다. “이게 웬일인가” 설마 내 번호가 진짜 있는 건가 싶었다. 잠시 후 합격자 명단을 확인 한 와이프에게서도 울면서 전화가 왔고 나도 감격에 입이 안 떨어졌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들게 뭔가를 쟁취해본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수험번호를 확인해보니 눈물이 났다. 이후 꼼꼼히 협회에 서류제출을 하고 약 두 달이 지난 오늘 최종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다른 수험생들이 보면 고작 두 과목으로 엄살이라는 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혼생활, 육아, 직장을 병행하며 공부하는 것은 꽤나 험난했던 길 같다. 긴 시간 동안 수험준비를 지지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고민하는 수험생들이 있다면 나 같은 사람도 성공했으니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합격수기를 적었다.

오답노트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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