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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역사&디자인

건물은 왜 네모 형태로만 만드는 걸까?

by 꿈꾸는 건축가 202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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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심지어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 쭉 생각해보는 것이 있다. 길을 걷다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건물들을 보면 항상 비슷한 형태로 지어져 있다. 가끔씩 그림을 그리거나 특이한 디자인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동그라미 창문 혹은 세모모양의 건물을 만들어 보기도 하지만 뭔가 어색하고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왜 건물들은 항상 네모난 모양으로 설계되는 걸까? 건축도 나름 많은 예술 분야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지만 유독 표현 측면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해 보이는 느낌이 있다. 건물을 좀 더 특이하게 디자인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건축물에 황금비를 적용하여 건축적 미학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한국, 네모난 박스모양의 건축물들

 

 

이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선 건축의 본질에 대해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건축은 음악, 미술 등과 같은 좀 더 순수함이 깊은 장르보다는 인간의 현실적인 삶에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상업적, 실용적, 경제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한다.

 

 

그리스-파르테논신전-황금비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적용된 황금비

 

경제적 (비용 절감) 측면에서 볼 때 건물의 형상이 사각형, 직육면체 등 직선 베이스로 설계될 경우 디자인 시간뿐만 아니라 시공(건물을 짓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간편해 진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계획하다가 중간에 수정이 필요할 경우 곡선보다는 아무래도 직각이 맞는 네모 형태가 고치기 쉬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물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들은 (심지어 고대시대부터) 규격화되어 건물의 일부가 된다. 즉 석재, 벽돌, 콘크리트, 철근 등 일정한 크기나 길이로 대량 생산되어 제공되기 때문에 이러한 대중적인 치수를 반영하기에는 아무래도 단순한 사각형 형태가 가장 쉬울 것이라 보여진다. 재료적인 경제성은 제공된 재료를 낭비하지 않는 것과도 연결된다.

 

 

여기서 잠깐 사각형, 혹은 성냥갑 모양으로 널리 비난 받아온 한국의 아파트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아파트(공동주택)는 거주보다는 투자(돈 버는 수단) 으로의 관점이 많이 높아졌다. 따라서 시행, 시공, 설계, 심지어 거주하게 되는 사람들 까지도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표준화인데 이 것은 건물의 디자인과 시공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건설시장에서 사업성을 찾는 좋은 방법들 중 하나는 작은 땅에 최대한 많은 시용공간(용적률)을 달성해내는 것이다. 공동주택으로 보면 정해진 대지에 최대한 많은 주거세대를 구겨 넣는 것이 핵심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같은 형태의 세대의 반복, 환경이 안 좋은 세대의 등장 (코너형 평면, 4베이에서 3베이로의 감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건축물수직설비공간
건축물에 적용되는 수직설비

 

재료적인 측면에서는 주택에 사용되는 모듈정합 시스템을 들 수 있는데, 즉 건축 설계에서 구성재들의 치수를 100mm를 시작으로 3, 6, 9배 등으로 늘려서 재료를 생산해 내고 이를 고려하여 주택 내부 침실의 사이즈 또한 안목치수 기준으로 300mm의 배수로 떨어지도록 계획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오로지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하여 건물의 모양이 네모가 된 것도 같지만 사실 직각(90), 사각형의 모양은 공간적,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각도라고도 여겨진다. 또한 평면적인 것을 넘어 수직적인 측면을 보았을 때도 사각형 모양은 유리한 점이 있다. 건축물에서 설비는 인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전기배선, 냉매배관, 공기 덕트, 승강기 등을 효율적으로 상하 방향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사실 네모 모양 건물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로테르담-큐브하우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큐브하우스

 

그렇다면 과연 삼각형 건물은 만들어 잔 것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개인적인 작품을 넘어 꽤나 유명한 건축물이 있는데 바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큐브하우스 이다. 겉보기에는 예술성을 지닌 흥미로운 건축물로 나타나지만 평면 및 입면을 보면 상당히 변칙적이고 정리가 안 되어 보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구조적으로도 사각형이 아닌 모양은 하중을 지지하기에 좀 더 불리하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큰 규모의 건물을 볼 때 대부분 H, T, L 등의 모양을 가진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실제로 여기 거주했던 사람의 인터뷰 내용이 기억나는데, 가구도 전부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하고, 낭비되는 공간이 생활적으로 많기에 별로 쾌적한 거주 공간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네덜란드라는 국가 자체가 전쟁 이후 남아있는 게 없는 상태에서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조건이라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도 전쟁을 겪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계획을 한 게 눈이 띄는 점이다.

 

초고층빌딩-네모모양
네모난 평면을 기본으로한 초고층 빌딩

 

예술성과 건축물의 건축성은 서로 반비례 관계라고 본다. 큐브하우스와 한국의 아파트의 예시에서 봤듯이 예술성이 높아질수록 거주 환경이 불편해지고 대지와 평면의 공간적 낭비가 많아진다. 하지만 실용적 측면을 더 고려한다면 형태적으로 흥미롭지는 않지만 경제적인 이점과 주거의 안락함을 얻을 수는 있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축가들의 고뇌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역할은 바로 이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고려하여 사회에 예술로써의 건축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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